
그런 꿈 ⓒ2023.Jericho 中
눈 앞의 사내는 그 자체로 불타는 것 같았다. 자신을 태워 빛을 내는 별처럼, 그럼에도 그의 찰나의 생은 모든 세포를 태우기엔 너무나도 짧아서 설령 죽더라도 몇 세기동안 빛날 것처럼 그랬다. 말 그대로 찬란하기만 한 헥터 시솜에게 나의 말이 조금이라도 가 닿을까. 일말의 구원조차 필요 없어 보이는 그였으나 나는 아주 작은 슬픔 탓이라도 구원이 되고 싶었다.
그와 눈을 맞추었다. 비가 올 것 같은 감각에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를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내가 참을 수가 없었다. 그에게 부디 약한 말을 듣고 싶다. 헥터 시솜. 헥터 씨. 그렇게 입을 달싹였다. 헥터 씨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귀를 허둥대며 가렸다. 바보, 다 보여 놓고선 무슨 짓이람, 웃음을 겨우 참고 헥터 씨를 기다렸다. 그는 이내 머뭇거리며 말했다.
...춤 춰줄래요, 아름다우신 아가씨.
헥터 시솜, 그는 손을 아래로 하여 나의 손끝을 겨우 붙잡았다. 그는 태생부터 신사적인 남자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어딘가 거리의 악동 가까운 사내로, 신사의 지루한 추파에 질려버린 숙녀로 자란 여성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신선하고 놀라운 사내가 아닌가. 그리고 그는 그 열정적인 거리의 사내들처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뜨거웠다. 그의 손을 잡고 한 발짝 두 발짝 움직이자 꼭 그 때문에 생긴 것 같은 그림자가 벽에 그대로 그려졌다.
그를 보았다. 언제나처럼 붉은 혈색의 사내였다. 알 수 없는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이 눈치도 없이 줄곧 연주되었다. 헥터 씨는 엇박에 맞추려고 낑낑냈다. 짐짓 웃음이 났다. 그것은 아직 채 자라나지 않은 사내와 같았다. 그것은 새파란 붉은 빛이었다.
겨우 자라난 불꽃의 일렁임에 감히 마음을 빼앗겨도 되는 걸까. 감히 빼앗긴 마음을 되찾지 않으려 해도 되는 걸까. 춤을 추면서도 사념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그가 모든 생각을 잊게 해줄 수는 없었다. 헥터 시솜은 그저 나에게 고작 자신을 드러내는 것 뿐 할 수 없는 뜨내기였으므로, 그는 나를 안심시키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헥터 시솜을 사랑하게 되리라.
아주 예전에 들었던 강한 확신은 여전히 그를 보는 나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염치 불고하고 감히 헥터 시솜의 곁에 머물고 싶다. 그가 모두에게 다정하되 나에게만 애틋하기를, 내가 그대에게 주는 것이 상처 뿐이라도 너에게는 그저 달콤하게 삼켜지고 싶다. 저항도 하지 못하고 나는 헥터 씨가 웃는 것처럼 웃었다.
그와 눈을 맞추었다. 비가 올 것 같은 감각에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를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내가 참을 수가 없었다. 그에게 부디 약한 말을 듣고 싶다. 헥터 시솜. 헥터 씨. 그렇게 입을 달싹였다. 헥터 씨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귀를 허둥대며 가렸다. 바보, 다 보여 놓고선 무슨 짓이람, 웃음을 겨우 참고 헥터 씨를 기다렸다. 그는 이내 머뭇거리며 말했다.
...춤 춰줄래요, 아름다우신 아가씨.
헥터 시솜, 그는 손을 아래로 하여 나의 손끝을 겨우 붙잡았다. 그는 태생부터 신사적인 남자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어딘가 거리의 악동 가까운 사내로, 신사의 지루한 추파에 질려버린 숙녀로 자란 여성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신선하고 놀라운 사내가 아닌가. 그리고 그는 그 열정적인 거리의 사내들처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뜨거웠다. 그의 손을 잡고 한 발짝 두 발짝 움직이자 꼭 그 때문에 생긴 것 같은 그림자가 벽에 그대로 그려졌다.
그를 보았다. 언제나처럼 붉은 혈색의 사내였다. 알 수 없는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이 눈치도 없이 줄곧 연주되었다. 헥터 씨는 엇박에 맞추려고 낑낑냈다. 짐짓 웃음이 났다. 그것은 아직 채 자라나지 않은 사내와 같았다. 그것은 새파란 붉은 빛이었다.
겨우 자라난 불꽃의 일렁임에 감히 마음을 빼앗겨도 되는 걸까. 감히 빼앗긴 마음을 되찾지 않으려 해도 되는 걸까. 춤을 추면서도 사념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그가 모든 생각을 잊게 해줄 수는 없었다. 헥터 시솜은 그저 나에게 고작 자신을 드러내는 것 뿐 할 수 없는 뜨내기였으므로, 그는 나를 안심시키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헥터 시솜을 사랑하게 되리라.
아주 예전에 들었던 강한 확신은 여전히 그를 보는 나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염치 불고하고 감히 헥터 시솜의 곁에 머물고 싶다. 그가 모두에게 다정하되 나에게만 애틋하기를, 내가 그대에게 주는 것이 상처 뿐이라도 너에게는 그저 달콤하게 삼켜지고 싶다. 저항도 하지 못하고 나는 헥터 씨가 웃는 것처럼 웃었다.